Sunday, February 14, 2016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

요즘 "마이너스 금리"라는 이야기가 자주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유로 (Euros) 를 공식화폐로 하는 유로존 국가들의 중앙은행인 ECB를 비롯하여 일본, 스위스, 스웨덴의 중앙은행들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였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금리야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명목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이게 무슨소리야 하며 의아해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100 빌려줬는데 1년이 지나 $95불 받는다면 (-5% 이자율)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그냥 안 빌려주고 말지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자율을 0%로 유지할 수 있고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럼 앞서 말한 이나라들은 어떻게 이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이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시중은행의 초과지준에 주로 적용하기때문이다 (물론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중은행의 checkable deposits도 이런 경우로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여러가지 비즈니스 모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은행들은 예금으로 조성한 자금으로 대출을 하고, 이 과정에서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다시말해 예금금리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부과하여 수익을 올린다.  은행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너무 많은 대출을 하면 고객의 인출에 응하지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때문에 많은 중앙은행들이 은행에 지불준비라는 명목으로 예금의 일정부분을 유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를 fractional reserve system이라 부른다).

은행들은 불확실성이 큰 경기불황기엔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강제되는 지불준비금 (required reserves) 이상으로 현금비중을 늘리게 된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에서 볼수 있듯이 미국 연준이 쏟아부은 양적완화 자금은 초과지준 (excess reserves) 의 형태로 쌓였고, 정책효과를 상당부분 상쇄시키는 영향을 가져왔다.





앞서말한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행위를 막아보자는 입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였다고 볼수있다. 돈을 적극적으로 유통을 시키지않고 쌓아두고 있는 은행들에게 페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는 국채도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은행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하기보다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있기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기게된다. 그러한 국채라도 사지못할 경우 은행들은 페널티를 내거나, 아니면 대출을 해야한다.

화폐는 경제라는 유기체의 혈액 (blood) 과도 같은 존재이다. 피가 돌지않으면 유기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을 독려하여 열심히 신용 (credit) 을 유통하게하면 경제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돈을 유통시키지않을 경우 원금이 줄어들게 되니 시중은행들은 더 열심히 대출을 하려하고, 자금부족으로 사업을 할 수 없었던 기업들의 숨통이 열릴 수 있지않을까.

하지만 다시금 잘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있다. 2006년경부터 섭프라임 모기지 위기 (sub-prime mortgage crisis) 로 가시화되기 시작하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불황으로 몰고갔었고 아직도 세계는 그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말해 금융부문의 불안정성이 실물로 전이되는 Spillover 효과가 심각하게 나타났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금융권의 불안정성은 탈규제의 결과라는 주장이 있다. 규제에서 벗어난 금융권이 더 역동적으로 창의적인 금융상품을 만들어내었고, 전세계 금융권이 더 긴밀하게 연결됨에 따라 금융상품에 내재된 위험요소들이 더 효과적으로 분산되었다. 위기가 시작되면서 MBS (mortgage-backed securities) 같은 위험자산이 속출되고 분산되어있던 위험요소들이 현실화되면서 전세계 금융권은 급속도로 위축되었다. 금융권이 제기능을 못하며 자금의 흐름이 막히기 시작하였고 (liquidity crunch) 실물부문의 불황이 발생하였다.

은행들에게 마이너스 금리라는 페널티를 줘서 열심히 자금을 공급하도록 독려하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다. 하지만 만일 은행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하도록 몰릴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리한 대출이 소위 불량채권 (toxic assets) 을 양산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금융건전성이 저해된다면 이전과 같이 실물부문으로의 Spillover가 발생하여 경제를 또한번 금융불안정으로 인한 불황으로 내몰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소씨에떼 제너럴이나 도이체방크같은 유럽은행들이 크게 고전하고 있음을 상기해볼때 이런 비관적인 예상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