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18, 2017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2017년 2월, 코리아저널 창간호)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던 그였지만, 막상 대통령에 취임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행정명령을 쏟아내고 있는데,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 등의 안건은 기존의 무역질서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파격적 행보이며 그의 취임일성인 미국우선주의와 궤를 같이하는 정책들이다. 이는 다자간 무역협정을 양자간 협정으로 전환한 뒤, 개별 협상테이블에 앉아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에 유리한 규칙을 이끌어냄으로써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2006년 국민총생산의 5.6%에 해당하는 7,7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불황으로 수입감소율이 수출감소율을 상회하며 상황이 다소 개선되었으나, 2016년 현재에도4,995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상당부분 對중국 적자에 기인한다. 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은 중국에 대해 3,671억달러라는 사상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였으며2016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볼 때 트럼프 정부의 무역수지 개선에 대한 문제인식은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수입관세를 무기로 삼는 정책은 상대국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으며 무역전쟁을 유발하여 결국 미국 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또한 높은 관세는 수입품 가격상승을 통해 미국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워 소비위축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유세기간 중 중국의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중국의 환율조작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보복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의 달러대비 가치가 역외시장에서 종종 급락함에 따라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이를 막기 위해 중국정부가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서기도 하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약한 것으로 보인다.
더 넓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强달러 정책으로 미국 내 수출산업이 취약해졌다고 주장하며 弱달러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제수지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종종 보여왔다. 실제로 현재 미국달러화의 주요통화대비 가치가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의 강세는 특정정책에 의해 유도된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의 견조한 회복세를 반영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 옳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어떠한 방식으로 弱달러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다. 그는 미국경제의 부흥을 위해 매우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해왔다. 전통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줄여 민간경기를 진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려 한다는 데에 있다. 거두어들이는 세금은 적은데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적자가 커질 경우 시장이자율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달러화 환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식 경기부양정책은 弱달러 정책과 상호 모순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적극적 규제완화를 포함하는 친기업 정책으로 민간경기가 살아날 경우 감세정책에도 불구하고 총세수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80년대 Reaganomics로 대변되는 공급측 경제학의 기저를 이루는 가설로 이용되었으나 이미 실패로 귀결된 바 있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이용한 弱달러 정책도 연방준비제도의 협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해 달러화의 약세를 유도하여 수출을 늘려보겠다는 정책도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미국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대국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현실화될 경우 전세계가 분쟁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탈규제 친기업 정책들이 효과를 내어 미국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경우 보호무역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다른 나라를 희생하면서 자국의 경기를 부양하려는 소위 근린궁핍화 정책에 더욱 몰두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개방경제 국가는 자유무역을 통해 한미 양국이 서로 상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논리를 개발하고, 미국에 대한 정치외교적 노력을 제고해 잠재적 무역분쟁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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